다음 글에는 보더랜드 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전 팬들이 타이폰 드 리온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볼트 헌터는 보더랜드 세계관에 가장 깊이 스며든 설정 중 하나였으니까요. 말하자면 영감 같은 거죠. 다양한 모습의 볼트 헌터가 있지만,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싸움꾼이라는 겁니다. 타이폰 드 리온은 극장 포스터 등에는 싸움꾼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이 캐릭터를 처음 보면 싸움꾼이라는 느낌은 없죠.
평범한 농사꾼에서 전설의 볼트 헌터가 된 그의 여정은 인디아나 존스라기보다는 포레스트 검프에 가깝거든요. 타이폰은 좋은 사람이지, 타고난 싸움꾼은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본능을 따랐고, 필요할 때에는 주먹을 날렸죠. 상대 기업의 어두운 일면이나 전쟁에 휘말리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꾸 쓰러지고 그때마다 일어나는, 조금 다른 영웅입니다. 안타깝게도 타이폰은 이리디안의 고향을 찾으러 떠난 뒤 실종되었죠. 최소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거인의 발자국을 따라서
게임 초반, 우리는 역사적인 표식을 통해 처음 탐험가 타이폰 드 리온을 접하게 됩니다. 바로 판도라에서 떠나 첫 번째 볼트 헌터, 그리고 영웅이 되는 여정을 담은 첫 번째 에코 로그죠. 타이폰의 일지는 새 볼트 헌터에게 조언을 해주는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첫 번째 시리즈에서부터 궁금해했던 다양한 설정과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판도라는 혹독하고 이상한 곳이야. 가끔은 행성 전체가 벼룩에 감염된 스캐그처럼 우릴 털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언젠가 내가 이리디안의 고향을 발견한다면 마침내 답을 얻게 될 거야! 난 이렇게 말할 거야. “이봐, 외계인! 판도라가 뭐 그렇게 특별한 거지?"
"영웅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라는 생각에 따라, 우리는 타이폰의 목소리를 전형적인 판도라의 노동자로 설정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캐릭터의 매력은 이들에게 한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타이폰의 경우, 판도라가 그의 한계였죠. 하지만 그것은 또한 강점이기도 했습니다. 힘겨운 삶이었지만, 타이폰은 그곳에서 호기심과 본능을 키웠고, 이것은 모험을 하는 내내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다른 영웅과 달리, 타이폰 드 리온이 볼트를 쫓는 이유는 명예나 영광을 위한 게 아닙니다. 그는 오직 호기심으로 움직입니다. 타이폰은 탐험가 중 탐험가이며,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의뢰로 볼트를 찾은 타이폰은 회사에서는 그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볼트를 발견한 게 프로메테아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좋은 일 같았지만, 결국 아니었어. 아틀라스는 지하철과 행성 간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또 다른 볼트를 발견하지 못하자 행성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고 프로메테아는 다시 시궁창으로 전락했어. 일할 곳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해. 기업은 사악한 존재거든. 마음속도 흉측할 뿐만 아니라 놈들을 가까이하다 보면 놈들의 희생양이 되기 딱 좋아.
신뢰할 수 없는 영웅과 그의 지식
타이폰 드 리온이 신뢰하기 어려운 이야기꾼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의 기록은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명료한 정보(타이폰이 제이콥스의 트레이드마크인 "한 방으로 끝낼 수 없다면 제이콥스 무기가 아닙니다."를 주었다든가)와 의도적으로 추상적으로 적힌 정보(애초에 왜 볼트가 존재하는가 타이폰이 고민하는 내용)를 에코 로그에 섞어 기재했습니다.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타이폰의 기록을 추적하다 보면 우리는 말 그대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은하계가 몇십 년 전에는 어떤 모양이었는지를 알게 되죠. 첫 보더랜드 사건 이전의 판도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틀라스는 어떻게 프로메테아를 지배하는 주요 세력이 되었을까? 왜 에덴-6에서 아무도 볼트를 찾지 못했을까? 타이폰의 에코 기록을 쓰면서 느낀 어려움 중 하나는, 어떤 사람들은 타이폰의 모든 이야기를 다 보려고 할 것이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냥 얼핏얼핏 보이는 것만 보고 넘어갈 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각 에코 로그는 독립적이면서도, 큰 이야기의 줄기를 이룰 수 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타이폰이 다른 영웅과 차별화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거칠면서도 호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하층민이지만 마음만은 명예로운 사람. 겸손하지만 전설을 만든 인물. 보더랜드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탐욕스러운 기업과 약탈적인 탐욕이 판치는 가운데에도 약간의 선한 마음들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살짝 보이는 희망일지 모르지만, 이 희망이 많은 사람을 우주의 어둠에 먹히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볼트 헌터들은 그저 탐욕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볼트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볼트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내고, 자신을 여기까지 밀어붙이는 동기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타이폰 드 리온: 가족의 비밀
귀를 잘 기울여보면, 타이폰의 기록에서 그저 과거의 여행 기록뿐 아니라 게임의 주요 시나리오 중 하나인 칼립소 쌍둥이의 진짜 목표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타이폰 이야기의 테마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꾼입니다. 타이폰은 게임 후반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잘못된 손에 넘어가면 아주 위험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 타이린과 트로이 칼립소에 대항하여 볼트를 향한 경주를 펼치는 과정이 타이폰의 여행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릴리스는 가끔 어떻게 칼립소와 볼트의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앞서가는지 의아해하곤 합니다.
트로이 칼립소를 물리치고 나면, 플레이어는 판도라가 "위대한 볼트"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행성 크기의 볼트에는 엄청난 괴물이 잠들어 있습니다. 바로 디스트로이어죠. 타이폰은 물었습니다. "판도라가 뭐 그렇게 특별한 거지?" 물론, 칼립소 쌍둥이는 이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판도라에서 디스트로이어가 나오지 못하게 떠나는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리디안의 고향인 네크로타페요로 향하며 타이폰 드 리온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여 첫 번째 볼트 헌터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죠. 타이폰은... 영화 포스터에서 본 그런 영웅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 왔던 그 인간미 넘치는 인물입니다. 타이폰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줍니다. 그 이야기에서 그와 레다는 네크로타페요에 불시착합니다. 두 사람은 이리디안이 판도라에 가둬놓은 볼트 괴물인 '기계'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아이를 낳습니다. 특별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샴쌍둥이 사이렌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죠. 우주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존재였습니다.
레다와 나는 트로이와 타이린의 문신을 처음 발견했을 때 녀석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네. 사이렌은 우주에서 가장 희귀한 존재지만 우리는 둘이나 품고 있었지. 녀석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에 영원히 머무는 거였어. 한동안 우린 행복한 가족이었네. 하지만... 레다가 죽고 난 아이들을 혼자 길러야 했어. 볼트를 여는 게 내 생에 가장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했지만, 후... 그건 착각이었어!
타이폰은 아이들을 혼자 길러야 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트로이와 타이린에 대해 알면 분명히 노예로 삼고 끔찍한 실험을 하거나 그보다 더 나쁜 일을 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영원히 네크로타페요에 머물게 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타이폰은 전설적인 탐험가였지만, 혼자 쌍둥이 아이를 기르는 법은 알지 못했다는 거였습니다. 네크로타페요가 가혹한 환경의 행성이라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타이폰은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초조해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행성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아들은 항상 아팠고. 딸은 옆에서 알 수 없는 얘기만 했네! 하지만 내 모험담을 들을 때만큼은 둘 다 조용했지. 괴물을 처치하며 볼트를 여는 영웅담에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난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었네. 심지어 위대한 볼트에 관한 이야기도... 그건 실수였어! 악한 자의 귀에 들어가면 아주 위험할 수 있거든.
이야기를 만들 때는 어떤 것을 설명하고, 어떤 것을 상대의 상상력에 맡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타이폰이 아이들이 네크로타페요를 떠나면 끔찍한 일을 겪을 거라고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타이폰은 자신의 이야기로 타이린과 트로이에게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왜 그의 이야기로 인해 그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건 생각하지 못한 걸까요? 우리는 운 이상의 무언가와 근성으로 온갖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한 남자의 비극을 보게 됩니다. 타이폰은 말합니다. "난 일류 탐험가였지만 아빠로서는 삼류였지. 모두 내 잘못이네. 자기 자식조차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사람이 무슨 영웅인가?"
네크로타페요에 숨겨진 두 개의 에코 로그에서 타이린과 트로이가 네크로타페요를 벗어날 계획을 세우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로그를 통해 우리는 타이폰의 이야기가 타이린으로 하여금 어떤 운명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이렌은 특별하고, 타이린의 사이렌 능력이 생명력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볼트는 그녀가 가진 잠재력의 궁극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트로이는 명백하게 망설입니다. 타이린이 아버지를 두고 떠날 계획을 세우는 걸 그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자, 트로이는 자신이 타이린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타이린이 없으면 그는 죽습니다. 그러니 타이린의 곁에 있는 것 외에 그에게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요?
기업과 볼트에 대해 평생에 걸쳐 쌓아온 지식을 활용하여, 두 사람은 공격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그 상징적인 제스처로, 두 사람은 엄마의 성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바로 칼립소죠. 그리고 자신들의 신비한 성장 배경을 기리는 의미에서 추종자들에게는 '볼트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죠. 둘은 이를 자신들의 천부적인 권리라고 믿었습니다. 그 사이, 네크로타페요에 남은 타이폰은 자신의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이 벌이는 짓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질문으로 향하게 됩니다. 왜 타이폰은 트로이를 죽인 우리를 용서해준 것일까요?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되는 것도, 아들을 죽인 자를 만나게 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마지막에, 타이폰은 결국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진실을 억지로 마주하게 됩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는 이들이 괴물이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볼트 헌터의 일은 괴물을 죽이는 거지."
어린 시절, 타이린은 대장이었고 트로이는 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은 악은 사실 세상에 처음 생겨난 그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누나의 몸에 들러붙은 것입니다. 그저 사이렌의 문신을 가진 평범한 사람. 트로이는 망가진 인간이며, 오직 타이린의 힘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의존성이 세계를 보는 그의 시선도 왜곡시켜버립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아버지를 버리고 타이린을 따라갑니다. 아이들에게 버림받은 뒤, 타이폰은 레다가 죽은 이후 느끼지 못한 엄청난 슬픔에 잠깁니다.
우리가 타이폰과 직접 대면했을 때, 그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과 마주합니다. 그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그 결과 우주를 멸망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온 우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슬픔을 나중으로 밀어놓습니다. 판도라가 열리면 그의 고향은 산산조각 날 것이었기 때문이죠. 타이린이 디스트로이어를 흡수한 뒤, 그녀는 통제 불능이 됩니다. 영웅 타이폰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이 이야기의 도덕적 결함이 우리가 트로이를 죽인 일에 있는 게 아니라, 타이폰이 이런 끔찍한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타이린은 우리가 위대한 볼트를 닫지 못하게 하려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타이린은 잠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은하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볼트 헌터 타이폰 드 리온의 아이로 자란다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녀의 여정은 그녀를 뒤틀어버렸습니다. 힘과 명성은 어린 시절의 꿈을 더 어둡고 사악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스타가 되겠다는 꿈이 타이린을 집어삼킨 것입니다.
트로이와 난 어렸을 때 밤하늘을 보며 별이 되는 꿈을 꿨었지. 트로이는 항상 말했어. 은하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우린 이곳을 떠났어. 직접 볼트 헌터가 되기 위해 판도라로 향했지. 우린 볼트 중의 볼트를 열고 은하계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려고 했어. 지금 생각하면 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시시한 꿈이었어. 이제 난 우주의 모든 별을 하나씩 먹어 치울 거야. 나 말고 그 무엇도 빛을 발할 수 없도록.
타이폰은 딸을 막으려 하지만, 타이린은 그조차 감당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세대는 이미 빛을 잃고 있었죠. 이제 새로운 세대의 차례가 온 겁니다. 그는 죽으면서 우리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고 합니다. "최후의 볼트 헌터가 되지 말게." 횃불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려면, 나의 손은 놓아줘야 하니까요.